다주택자 비판에 찬성하지 않는 이유
– 문제는 ‘목표’가 아니라 ‘방식’이다
요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다주택자는 마치 하나의 도덕적 대상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정책은 도덕 감정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다주택자이고, 과거에는 민주당 지지자였다. 하지만 지금의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단순한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다.
1. 다주택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부동산 규제는 다주택자만을 겨냥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시장 전체를 동시에 묶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무주택자는 집을 사고 싶어도 진입이 어렵고, 기존 주택 소유자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만 돌리는 건 정책 실패를 가리는 가장 쉬운 방법일 뿐이다.
2. 거품 제거와 시장 마비는 다르다
정부는 ‘거품 제거’를 말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가격 조정이 아니라 거래 정지에 가깝다.
거품을 빼려면 사고파는 과정이 살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출·세금·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이동 자체가 막혀버렸다.
시장이 멈춘 상태에서는 가격도, 수요도, 공급도 정상적으로 조정될 수 없다.
3. 세입자가 있는 현실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다주택자의 상당수는 이미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빨리 팔아라”는 메시지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임대차 계약, 보증금, 거주 안정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결과적으로 정책은 구호만 있고 설계는 없다.
4. 정책은 선의보다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불로소득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결과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지금의 방식은 불로소득을 줄이기보다 기회를 줄이고, 이동성을 막고, 갈등만 키우고 있다.
정책은 누구를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작동시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